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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64회

안동일 작

해변가 저쪽에서 빨간 모자를 쓴 레크레이션 진행자가 호각을 불고 있었다. 비치 발리볼 경기가 열린다는 신호였다. 빌리네도 참가하기로 했다.
마침 남녀 4인조 경기 였다.
경기에 참가하는 여자들의 토프레스는 허용 되지 않았다. 심판 위원장인 노인은 상대방 남자 선수들의 시선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씩 웃엇다. 누군가 이제는 하나도 자극되지 않는데 뭘 그러냐고 큰소리로 말해서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그러자 노인은 경기하는데 불편하기도 하다면서 그 가운데 가슴이 제일 큰 여자를 쳐다보며 웃었다. 또 폭소가 터졌다.
해변에 모인 팀 가운데 빌리네 팀을 당할 팀이 없었다. 운동으로 단련된 빌리와 가영의 솜씨도 솜씨 였지만 숙정의 무술 솜씨도 보통 수준을 넘어 서는 것 이었기 때문이다. 동맹 서룡에서 숙정은 3층 높이의 객잔에서 창을 부수고 뛰어 내리는 장면을 대역을 쓰지 않고 자신이 직접 해내 화제가 되었던 여걸 아니었던가.
애정물과 현대물에만 출연 했던 청연의 동작이 다소 굼뜨기는 했지만 두팀을 연달아 콜드게임으로 물리치고 빌리네는 결승에 진출 했다.
다른 어떤 일을 같이 하는 것 보다 운동경기의 한팀이 된다는 것은 서로를 잘 알게 하고 또 서로의 신뢰와 애정을 최고조로 높이는 일이었다.
해변에 모인 사람들 에게서 빌리네 팀은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팀이었다. 사람들은 숙정과 청연이 실제 홍콩 최고의 배우 라는 것을 몰랐음에도 빌리네를 차이니스 무비스타 팀이라고 불렀다.
호텔 투숙객 가운데 동양인이 몇명 있었으나 이들은 홍콩 영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 이었는지 아니면 설마 했는지 크게 아는체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숙정등의 신분이 들어나지는 않았다..그럼에도 잘생긴 동양 남녀 두쌍의 날렵한 솜씨는 그들의 눈에도 무협영화의 주인공으로 보였던 것이다.
숙정이 뒤에서 리시브를 해 올리면 가영이 네트 위 적당한 높이에 공을 띄웠고 빌리의 번개같은 스파이크는 모래를 가르곤 했다.
청연이 신통치 않은 리시브를 했기에 공이 뒤로 빠질만 하면 숙정은 비호같이 몸을 날려 공을 살려 냈고 모래를 딍구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환호와 박수를 올렸다.
비치 발레볼 선수 였음에 틀림없는 남녀 한쌍이 끼어있는 플로리다 팀과의 결승에서도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빌리네를 응원 했다. 아니 흑진주 숙정을 응원 했다. 긴 검은 머리를 헤드 밴드로 묶고 검은 비키니의 쪽 빠진 숙정이 함성을 질러가며 날렵하게 움직 이는 모습은 바로 물찬 제비였다.
세사람이 잘하는 팀과 두사람이 잘하는 팀과의 경기는 당연히 세사람 쪽에 승산이 있기 마련 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플로리다 팀이 한세트라도 뺐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역시 노련한 그들은 청연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 했다. 숙정을 앞으로 보내고 빌리가 청연의 몫까지 맡아야 했다.
첫세트를 15대 7로 이기고 두번째 세트 에서도 몇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빌리네가 일방적으로 리드하는 상황이었지만 서브권의 공방이 계속 됐다. 워낙 스매싱들이 강해 서비스를 올리면 그대로 스매싱으로 이어져 서비스권만 왔다 갔다 했기 때문이다.
숙정이 서브할 차례였다. 숙정이 공을 들고 빌리에게 다가왔다.
“빌리, 서브할 때 라인을 밟는것은 허용이 돼?”
“안되는데…”
“그래? 알았어.”
숙정은 라인 뒤로 가더니 라인 뒤 서브 할 자리의 모래를 평소 보다 더 열심히 다지더니 저만큼 까지 뒤로 물러 나는 것 이었다. 왜 그러나 싶었다. 다음 순간 빌리도 놀라야 했다. 저만큼에서 부터 사뿐 거리며 달려오던 그녀가 공을 하늘로 던졌고 놀라운 도약으로 제비처럼 하늘을 날더니 공을 오른손 수도로 강하게 내리쳤다. 공은 대포알 같이 날아 가더니 상대 코트 오른쪽 모서리 모래에 꽂혔다. 놀라운 스카이 스핀 서브였다. 관중들의 환호가 올랐고 다음번에는 거의 같은 서브가 라인을 벗어 날듯 하더니 왼쪽 모서리를 꽂혔다. 다음번이 경기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서브였다. 이번에 플로리다 팀은 모서리에서 잔뜩 준비를 했지만 숙정의 스핀볼은 상대의 손을 튕기면서 어림없는 바다 쪽으로 날아갔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호각소리와 관중의 환호가 함께 올랐고 숙정은 씩씩 거리며 빌리의 목에 안겨왔다.그녀의 얼굴은 입술 까지도 온통 땀에젖은 모래 투성이 였다. 그러나 빌리는 개의치 않고 그녀의 얼굴에 키스를 퍼부어 댔다.
비치 발레볼 우승 상품은 스카이 라운지 식당의 최고급 디너 였다.
모처럼 깨끗한 옷을 차려 입은 네사람의 식탁을 지나면서 사람들은 엄지 손가락을 세워 보였고 여자들은 숙정의 손을 잡아보려고 안달 이었다. 개중에는 남자 녀석들도 있었다. 그런 녀석들이 공연히 숙정의 손을 잡고는 프로에 데뷔하라는 등 너스레를 떨면서 손을 놓지 않으려 할때 빌리는 일부러 눈을 부라렸다.
그럴때 숙정은 빌리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곤 했다.
“강소저, 어떻게 그런 스카이 서브를 순식간에 개발 했지?”
가영이 물었다.
“풍진기협 촬영 할때 바구니 격파 하는 무공이 있었잖아요? 그때 생각을 하고 한번 해본건데 우연히 먹혀들었던 거죠 뭐.”
“나도 이제 부턴 무술영화에만 출연해야 겠어. 이건 뭐야? 순 숙정이만 위하고.”
오청연이 뾰로통해서 말했다.
“그대도 잘하는 것 있잖아?”
가영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뭐?”
“남자 가슴에 안겨서 가슴을 때리면서 몰라몰라 하고 떼를 쓰는 것.”
“뭐라고? 정말…”
청연이 영화 마다의 18번인 그런 포즈를 실제로 취하면서 가영의 가슴을 사정없이 주어 패는 바람에 모두들 웃어야 했다.

카리브 해의 밤바다는 고요 했다. 달빛이 바닷물에 덩그라니 들어 있었다. 그건 공룡이 알을 품은 그런 형상이었다.한때 지구를 정복했던 거대한 동물이었지만 어머니 자연의 미움을 받아 멸종해야 했던 비운의 동물 공룡이 다시 태어 나기 위해 바다속 양수에 자신의 알을 품은 듯 했다.
빌리의 눈에는 그렇게 비쳐 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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