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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56회

안동일 작

빌리는 자신들이 모델에이전시 회사를 인수해 직영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마침 경영난에 시달려 개점 휴업 상태에 있는 에이전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델 선발 대회와 같은 행사를 개최하자고 했다. 비키와의 그런 사건이 있은지 일주일 쯤 지난 뒤의 오후 회의에서 였다.
헤리와 상미 그리고 크리스는 웬 뜬금없는 모델 에이전시며 모델 선발 대회냐고 의아해 했지만 빌리의 구상과 계획을 듣고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나섰다. 빌리는 패션업계에 대한 일종의 보답이기도 하고 또 씨엔씨 엔터프라이즈를 확실한 토탈 페션회사로 성장 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또 미국내 영화와 비디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규모 배급사와 관계를 맺는 빠른 길이라는 얘기도 덧붙혔다.
그즈음 하킴이 열심히 뛰어 다닌 끝에 빌리네 회사서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지원한 태권 마스크 키드라는 청소년 영화가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영화가 완성된다 하더라도 배급사를 잡는 일이 남아 있었는데 모델 대회를 개최 하면 자연스레 그쪽과 연계 되기로 일이 꾸며져 있다고 말했다.
유진은 아무말 않고 빙긋이 웃고만 있었다. 빌리가 모델 에이전시회사를 인수 하자고 나온 배경에 비키의 속삭임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베개밑 송사였다.
지난 일주일 동안 빌리는 매일 같이 비키를 만났다.
처음에는 비키의 안전이 염려 됐기 때문에 비키가 있는 그녀의 친구집으로 연락을 했었고 그녀의 아쉬운 듯한 전화 목소리에 못이기는 체 그쪽으로 달려 갔다고 하더라도 안전문제를 걱정 안해도 될 사흘 뒤 부터는 순전히 만나기 위해 만났다.
빌리와 윤호는 사건이 있었던 다음날 약간은 근심스런 마음으로 베이사이드 모텔서 회사로 출근 했지만 아무 일이 없었다. 오후 무렵 윤호가 하퍼를 수소문해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하퍼의 목소리는 여전히 냉정하고 침착 했다. 그러나 전혀 적의를 느낄 수 없었다. 어제 일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이쪽에서 신세 한번 졌다고 했더니 무슨 소리냐며 딴전을 피웠다.
빌리는 비키의 이름으로 하퍼의 사무실로 백합 20송이를 보냈다. 그리곤 끝이었다. 비키의 아파트로도 특별한 연락은 없었고 미심쩍은 조짐은 발견 되지 않았다. 그러나 비키는 그 아파트에서 혼자 잠을 자지 않겠다며 빌리를 붙들곤 했다. 빌리와 비키는 출근하듯 일주일 내내 베이 사이드의 그 모텔을 찾았다. 다른곳으로 가도 됐지만 비키가 거기를 고집했다.
모델 에이전시 인수와 모델 대회 개최는 순전히 비키의 아이디어 였다. 비키는 그쪽과는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메니저와 에이전트를 바꾸겠다고 했다.
침대 위에서 빌리의 벗은 가슴을 쓸면서 하는 이야기 였다.
빌리는 첫날 비키위 가슴위로 넘어지면서 자신의 피에는 허물어 지는 듯한 퇴폐의 섹스를 즐기는 속성이 잠자고 있다고 느껴야 했다. 라루시와 같은 흉물스런 늙은 뚱보와도 잠자리를 가졌다는 것을 서슴없이 공개하는 여인, 잘 생긴 얼굴과 잘 빠진 몸매를 무기로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허영의 여인과 아무런 정신적 교류 없이 이렇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싶었다.
그러나 비키의 섹스는 다이나마이트와 같았다. 심지에 불이 붙으면 이내 엄청난 힘으로 폭발하는 순도 높은 다이나 마이트 바로 그것이었다. 어려운 과정이 필요 없었다. 빌리의 손길이 그녀의 맨살에 닿는 그 순간이 바로 심지에 불이 붙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남자를 자신감으로 용솟음 치게 만드는 그런 여자였다. 그녀와의 섹스 뒤에는 언제나 자신이 힘이 넘치는 남자라는 흐뭇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평소의 그녀의 도도한 표정과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더 그런 느낌을 갖게하는 요인이었다.
카니와는 달랐고 또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강숙정과도 또 달랐다. 카니와의 섹스는 다른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는 폭풍우치는 바다속의 늪에 들어 있는 듯한 섹스였고 숙정과의 그것이 감미로운 등산을 연상케 했다면 비키와의 섹스는 신나는 테니스 게임과도 같았다. 상대가 결코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자신의 컨디션이 최상이기에 원하는 대로 샷이 들어가 완승을 이끌어 내는 그런 신나는 경기 였다.
“그대는 언제나 그렇게 쉽게 폭발 하는가?”
빌리가 아직도 헐떡 대며 숨을 몰아 쉬고 있는 비키의 붉은 얼굴을 들여다 보면서 짐짓 물었다.
“내가 폭발했어?”
“모텔이 날라 가는 줄 알았다.”
“자기가 너무 잘하니까 그렇지.”
“그런것 같지 않은데.”
“그렇지 않으면 뭐?”
비키가 손가락으로 빌리의 젖꼭지를 비틀면서 말했다.
“그대 한테는 아무 남자나 다 잘하는 남자 아니야?”
“그만. 이제 그만 그런 얘기 그만.”
비키는 빌리의 입을 막을 요량인지 빌리의 목을 껴안고 입술로 입술을 막았다.
그러나 정작 얘기를 다시 꺼낸것은 비키였다.
“나도 모르겠어 내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빌리 당신과 함께 있으면 한없이 작아지는 것 같아, 그래서 폭발이라도 해서 크게 보여야 한다는 잠재의식이 작용 하곤 하나 봐.”
포옹을 풀면서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 잠재의식이란 어려운 단어를 사용했다. 비키는 직선적이고 솔직한 여자였다. 빌리가 처음 생각한 허영의 여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사가 끝나면 그대로 누워 자신의 집안 얘기며 과거 얘기를 숨김없이 털어 놓곤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울기라도 할듯이 자신의 남자경험은 정말 손꼽을 정도라며 믿어 달라고 했다.
비키는 리즈엔드 쉐퍼드라는 모델 에이전시 얘기를 자주 꺼냈다. 자신이 처음 데뷔 했을 때 일감을 준 회사가 바로 그회사라고 했다. 요즘 라루시의 눈 밖에 나 전혀 활동다운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곳의 톰 쉐퍼드가 실력도 겸비한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언질을 먼저 준 것은 빌리였다.
“우리가 그 회사 인수해 버릴까?”
“정말?”
“냄새나는 비지니스 말고 정정당당한 비지니스로도 그 업종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줄 수 있지 않겠어?”
비키는 자신의 벗은 가슴을 시트로 가리면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그러나 필라델피아 박물관 앞에 있는 자유의 종 처럼 봉긋한 한쪽 가슴과 연분홍 젖꼭지는 가려지지 않은채 였다.
“우리 모델들의 꿈이 바로 그거야. 지긋 지긋한 사내녀석들의 시달림 안받고 스테이지에 서는 것 말이야. 페르시아의 왕자님, 정말 그래 줄래.”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자.”
비키는 빌리를 페르시아의 왕자라고 했다. 그녀에게는 페르시아도 동양으로 인식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빌리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면서 ‘아, 넌코케이젼의 그윽한 정취’ 하면서 눈이며 코 입술 뺨에 사정없이 키스를 해왔다. 그녀는 그런 키스를 할대면 꼭 ‘음’하고 소리를 내곤 했다.
페르시아의 왕자와 텍사스의 말괄량이는 벌거벗은 채 침대에 누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패션쇼를 준비 하고 있다고 했지? 아예 모델 대회를 여는 거야, 전세계의 톱 모델들을 모두 초청하고 또 신인들을 발굴해서 스타로 만들어 주고, 신디나 나오미, 쉐인, 레베카 걔네들 한테는 내가 연락 할께. 내가 함께 나가자고 하면 올꺼야.”
“그렇게 되면 텔레비젼에서 스폰서가 되겠다고 나서겠지? 중계료를 받으면 경비는 빠질테고.”
“아니, 텔레비젼 말고 아예 영화로 찍는거야, MGM이나 21세기에 얘기하면 찍겠다고 할꺼야, 거기 내가 아는 사람있어. 아니면 플레이보이 같은 케이블TV에 얘기 하던지.”
“플레이보이? 거기다 하면 모두들 다 벗으라고 할텐데…”
“까짓거 다 벗어 주지 뭐 예술을 위해선데…
“뭐 예술? 에술이 울겠다.”
“아닌가?”
비키가 순진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처음으로 보는 그녀의 그런 표정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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