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cakorea
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51회

안동일 작

백화점 전단의 속옷 광고에 나오려 해도 자신이 입었던 속옷을 여러번 벗어야 했고 그보다 더 큰 곳으로 진출 하려면 속옷을 벗는 빈도가 많아 질 수 밖에 없었다.
모델료 또한 모델의 주머니로 들어 가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이런 저런 명목으로 에이전트들이 챙기고 있었고 모델들의 환한 미소 뒤에는 먼지 풀풀 나는 빈 주머니만 남아 있게 마련 이었다.
수만명 중에 하나 둘, 그런 아픔을 딛고 운 좋게 성공한 사람들 만이 카메라의 각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거물 에이전트의 눈 밖에 나면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 지곤 했다. 출연 교섭, 촬영제의가 뚝 끊어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대중은 망각을 잘하고 또 신선한 것을 찾기 때문에 몇달만 그러고 나면 언제 그런 모델이 있었나 하는 반응에 더 좌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없었기에 이번 만큼은 그냥 기존의 에이전트와 협력 하기로 했고 적당한 모델들을 구할 수 있었다.
정갱이를 덮는 대담한 롱 커트에, 큰 칼라 그리고 개성있는 어깨 라인이 돋보이는 디자인 이었다. 캐쉬미어로 된 라이너와 실크 안감에는 희화적으로 각색된 소무의 탈이 촘촘하게 그려져 있어 코트 자락이 펄럭일 때마다 매력적으로 엿보이곤 했다. 호박빛 단추에도 양각으로 탈이 그려져 있었다. 웃고 있는 하회 탈이었다.
레이블에는 세라의 멋들어진 사인이 들어 있었다. 세라 오. 그녀의 성이 이제는 오씨로 변해 있었다.
전통적 레인코트의 색인 베이지 색에서 부터 바다색, 연두색, 노란색, 붉은색, 그리고 검은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휴스턴 나염 공장의 색깔 내는 솜씨는 자동차 색깔을 훨씬 능가 했고 무엇보다 노벨상 수상 화학자가 개발한 방수처리 공법이 큰 주목을 받았다.
김장호 화백이 밑그림을 그리고 앰코 광고대행사의 찰리 한이 만들어낸 탈 레인코트 카탈로그는 압권이었다. 짙은 고동색 표지에 탈이 밑그림으로 되어 있고 선남 선녀가 멋진 레인코트의 자태를 뽐내고 있는 8페이지로 된 브로셔 였다. 브로셔에는 한국 탈춤에 대한 소개도 간략하게 되어 있었다. 찰리의 앰코는 미국 최대 전화 회사 광고대행사로 선정 되면서 업계에 우뚝선 한인교포 업체 였다.
워낙 카탈로그가 잘 만들어 졌기에 빌리네는 이를 대량 인쇄해 각 가정으로 우송 하기로 했다. 광고 대행사 가운데는 다이렉트 메일 서비스를 하는 곳이 많았다. 이들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며 비자 카드의 골드 멤버들의 주소록을 확보 하고 있었다.
인쇄비며 우송료등 꽤 많은 예산이 소요 되는 일이었지만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섰기에 추진한 일이었다.
예상은 맞아 떨어 졌다.
주문이 쇄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빌리네 ‘탈’브랜드의 전용 매장이기도 했던 삭스 백화점에서 부터 불이 붙기 시작해 보슬비와 어울리는 레인코트는 미 전역으로 폭풍우를 몰고 왔다.
레인코트를 살때 우산을 증정하는 사은 작전도 주효 했다.
서울의 최고급 우산 회사와 독점 계약으로 발주한 우산이었다. 역시 세라가 디자인한 탈이 들어 있는 원색의 우산이었다. 흉물스럽다 할 정도로 하회탈이 웃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 우산을 열심히 들고 다녔다. 우산을 사기위해 레인코트를 산다고 할 정도로 우산의 인기도 대단 했다.
이제 레인코트에 긴 우산을 지팡이 삼아 들고 다니는 풍경은 런던 만의 독점물이 아니었다. 뉴욕에서도 시카고는 물론 하다못해 사막 지대인 아리조나 휘닉스 에서도 사람들은 바람만 조금 불면 비가 올것을 기대 하는 지 ‘탈’ 레인 코트에 ‘탈’ 우산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경미한 비행기 사고가 났던 일도 ‘탈’레인코트의 선풍을 결정적인 허리케인으로 만들게 한 계기였다.
마이아미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라과디아 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에서 미끌어 지면서 바다로 빠질 뻔한 사고 였다. 다행이 바다에 빠지기 직전에 멈춰 피해는 없었지만 승객들이 로프를 타고 비행기서 탈 출 해야 하는 소동이 벌어 져야 했다. 마침 TV 카메라 한대가 현장근처에 있었기에 이 광경이 생생하게 담겨 질 수 있었다.
그런데 가랑비가 부슬부슬 오는 뉴욕의 날씨 때문이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레인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유난히 탈 브랜드를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레인코트의 대명사라는 버버리를 입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앗다. 칼러풀한 에리 깃으로 보이는 탈 도안이 어디서건 눈에 띄기 마련이었다. 거기다 한술 더떠 어떤 중년 아줌마 한사람이 사고가 경미 했던 것은 모두 동양의 신비를 담고 있는 탈 때문이었다고 방송에 대고 말했던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진실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길을 더 끌었고 방송사에서도 여과 없이 방영했을 터였다. 거짓과 쇼는 단박에 탄로 나기 마련이다. 그녀는 비행기가 미끌어질때 자신이 입고 있는 레인코트 자락의 탈을 보면서 기도를 했더란다. 동양의 신비를 담고 있는 이 탈들이 자신들을 구해 줄것이라고 믿었단다. 아주머니의 기도 대로 결과는 아무런 희생도 없는 헤피엔딩이었다. 방송을 타고 전해진 이 마음씨 좋게 생긴 뚱뚱한 아줌마의 경험담 한마디는 자신들에게는 해피엔딩이었지만 빌리네 회사에는 돈 벼락으로 나타나야 했다.
빌리네는 자신의 사무실과 공장이 들어 있는 패션가의 14층 빌딩을 매입 했다. 빌딩 주인이 먼저 나서 매각을 요청해 왔다.
그만큼 돈을 벌었으니 남의 집 세를 살겠냐면서 적당한 가격을 불렀기에 망설이지 않고 매입 했던 것이다.
빌리의 어릴쩍 친구였던 크리스도 빌리네 회사에 가세했다. 크리스는 회계사 였는데 아예 회계 법인에 사표를 내고 아예 빌리네 직원이 되었다. 이사의 한사람으로 영입 했던 것이다.
굴러가는 눈덩이라고 할까 아니면 마이다스의 황금 손이라고 할까 빌리네가 만지는 것은 모두 돈이 되었다.

(계속)

 

 

Related posts

<장편 역사소설> ‘구루의 물길’ – 연재 제18회

박정순 기자

<장편 연재소설> ‘구루의 물길’ – 연재 48회

박정순 기자

<장편 이민 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20회

박정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