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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40회

 안동일 작

/ 남부 부르클린의 주택가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이었다. 존 젠마노가 이런 작은 식당을 단골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식당으로 빌리를 초대 했다는 것도 파격이었다. 그만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자는 뜻이 아니겠냐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나온 길이었다./ 

 

그때 도미니크 의원은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다.’면서 ‘젠마노씨는 7년의 고생으로 새사람이 됐다.’고 했었다.
젠마노가 새 사람이 됐다고 믿는 사람은 미국 천지에 아무도 없엇다. 그러나 신문들은 그 얘기를 대서 특필 했다.
그만큼 젠마노는 거물이었다.
“젠마노가 토니를 호출했는데 연락이 잘 안됐던 모양이야, 그래서 직속경호대 녀석들이 토니를 찾아 냈을때 토니가 여자와 그 일을 벌이고 있었다는거야, 대낮 부터… 그래서 젠마노는 더 화가 났고 작살을 낸 모양이야. 그래도 토니는 그정도에서 징벌이 끝난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는 눈치 라는데…”
경찰에서 나온 이야기 일테니 신빙성이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오전 내 쉬지 않고 울리던 전화였다. 대부분 한인 업주들이 이제는 승리한것 아니냐며 흥분에 차서 걸어 온 전화들이었다.
헤리가 받았다. 상대는 샥스틴 영감인 모양이었다. 빌리네 변호사 말이다. 헤리가 빌리에게 전화를 건네 줬다. 빌리는 전화를 건네 받으며 문득 어쩌면 마이클의 취재원이 샥스틴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 했다. 샥스틴은 빌리를 중국인으로 알고 있었다. 가영이 소개 할때 자기 형제라고 했기 때문이다.
영감이 전하는 소식은 결코 나쁜 소식이 아니었다. 5백만 달러 클레임건에 대해서 저쪽에서 지금까지의 강경한 자세를 누그러 뜨리기 시작 했다는 얘기였다. 익스프레스사측 변호인으로 부터 협상을 하자는 제안이 방금 왔다는 것이다.
아직 확언 할 수는 없지만 제임스의 예상이 맞는 지도 몰랐다.
협상을 하자는 사안이 트러킹 문제가 아닌 클레임건 이기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 클레임 건이 사건을 여기 까지 몰고 온 계기였기 때문이었다.

 

“자네가 빌리인가?”
빌리에게 손을 내미는 존 젠마노의 목소리는 낮은 톤의 허스키였다. 브라운색 케시미어 코트와 짙은 곤색 슈츠는 알마니였다. 붉은 꽃무늬가 들어 있는 곤색 타이 역시 알마니였다. 그의 손은 네모진 얼굴과 어울리게 우람했다.
“그렇습니다. 젠마노씨. 빌리 정 입니다.”
빌리가 그의 손을 잡으며 정중하게 대답했다.
“존이라 부르도록 하게, 폴의 친구는 내 친구이기도 하니까.”
남부 부르클린의 주택가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이었다. 존 젠마노가 이런 작은 식당을 단골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식당으로 빌리를 초대 했다는 것도 파격이었다. 그만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자는 뜻이 아니겠냐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나온 길이었다.
빌리에게 위압감을 주기위해 서라면 자신의 저택으로 오라고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시내의 근사한 식당을 지목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첫마디는 역시 예상과 크게 빗나가지 않는 우호적인 것이었다. 또 젠마노쯤 되는 인물이 약속장소에 먼저 나와 있었다는 것도 결코 기분 나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어떤 돌발 사태가 어떻게 벌어 질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젠마노와 이렇게 대면 하게 되리라고는 며칠전 까지만 해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폴의 제안을 받고 서도 빌리와 친구들은 얼마나 고심했는지 몰랐다. 그러나 빌리는 부딛쳐 보기로 했고 유진만을 대동하고 그들의 아성인 브루클린 남단을 찾은 것이었다.
젠마노는 자신 앞 좌석을 가리키며 빌리더러 앉으라고 했다. 폴이 그의 옆에 앉았고 유진이 빌리의 옆에 앉았다. 유진의 얼굴에도 긴장이 풀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역력했다. 식당 입구의 좌석이며 출입문 에는 건장한 정장의 청년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빌리 오늘 자네를 보자고 한것은 비지니스얘기를 하자고 부른 것이 아니라, 얼굴이나 한번 보고 싶어서 였네, 긴장풀고 편하게 생각하도록 하게.”
“감사합니다.”
“오는데 길은 안 막히던가? 부르클린 브릿지 공사를 왜 그리 오래하는지, 시 공무원 녀석들 기합이 빠져가지고 말이야…”
젠마노가 폴을 보며 물었다. 젠마노는 듣던대로 다변가 였다.
“별로 막히지 않던데요, 유진의 운전 솜씨가 워낙 뛰어나서요.”
폴이 대답했다.
“유진, 자네는 포커를 그렇게 잘한다면서?”
존은 유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상대방의 표정을 조금 읽을 뿐이죠.”
유진이 당차게 대답했다.
“그런가? 그럼 포커에서는 상대방의 표정을 읽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상대방을 알면 벌써 반쯤은 이기고 들어 가는 것아닌가? 빌리, 자네들 중국 속담에 적을 알면 백번 이면 백번 다 승리한다는 얘기가 있다지, 나야 무식해서 잘은 모르지만 말이야.”
“속담이 아니라 옛날의 중국의 군사전략가가 책에 쓴 말입니다.”
옆의 폴이 나섰다.
“그런거야? 그래도 나처럼 학교 제대로 안 다닌 사람이 그 만큼이라도 알면 잘 아는 것 아니야? 자네들 같은 예일 에스콰이어 나리들과 같겠어?”
존은 폴의 어깨를 뚝 치면서 껄껄 웃었다.
존은 빌리와 폴을 예일 에스콰이어라고 부르고 있었다.
존 젠마노와 이렇게 마주 앉은 것은 전적으로 예일 에스콰이어 였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몰랐다. 근래에 들어 존의 가장 충직한 비서역할을 하는 고문 변호사 폴 필라니가 바로 빌리의 예일대 법대 동창 이었던 것이다.
학교 다닐때만 해도 두사람은 뉴욕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그리 소원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졸업 후에는 서로 까맣게 잊고 지내던 사이였다. 폴도 그렇고 브라이언도 그렇고 동창회 모임에 자주 나가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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