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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34회

안동일 작

/유진은 다른 접촉 시도나 무슨 제안이 있지 않겠냐면서 두고 보자 했지만 빌리의 생각은 달랐다. 역시 빌리의 예상대로 그 전화 이후 다른 일은 전혀 없었고 이번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경찰이 왔지만 그저 레포트만 받아 갔을 뿐 더 이상 뭐 어떻게 해볼게 없었다. 지나던 악동들이 장난으로 그랬을 수도 있지 않냐는 투 였다. 물론 그럴 수도 있었다.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얘기 해봐야 증거도 없이 콘설리데이트를 끌어 들일리 만무 였다./

 

태연한 척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조마조마 했었는데 기어히 일이 터졌다.
유진이나 헤리도 마찬가지 였을게다. 서로 특별히 거기에 대해서 말은 안했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아침 부터 두사람의 얼굴에도 짙게 감돌고 있었다.
‘아니 이거 뭐야’
‘호세, 저놈들 잡아’
‘불 부터 꺼야죠.’
‘소화기 빨리 가져와.’
밖의 시끄러운 고함 소리에 세사람은 약속이나 한듯 몸을 튕겨 비상계단을 통해 밖으로 달렸다.
빌딩 문을 나서자 비닐 타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빌리네 공장서 나온 드레스 행어에 불이 붙어 있었고 지배인 김영호와 인근 가게의 주인이 소화기를 분사 하고 있었다. 트럭 운전사가 망연 자실한 표정으로 저쪽을 쳐다 보고 있었다. 저쪽 으로는 빌리네 공장 직원인 호세가 누군가를 쫒는듯 달려 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금방 우 하고 몰려 들어 있었다. 공장 사람들도 많이 내려와 있었지만 지나던 행인이며 인근 가게의 사람들이었다.
불은 금방 꺼지기는 했다. 그러나 행어 두개에 빼꼭히 걸어 놓았던 실크 드레스 6백 벌이 완전히 못쓰게 되어 있었다.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헤리가 지배인에게 물었다.
“물건을 막 실으려는데 불길이 확 솟잖아요. 그래서 돌아보니 어떤 녀석 두명이 저쪽으로 막 뛰어 가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불부터 꺼야 되니 쫒아 갈 수도 없었고, …나쁜 녀석들…”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정군이 손을 데었을 텐데…”
재단일을 하고 있는 정태수가 저만큼서 인상을 찌푸린 채 손을 흔들고 있었고 공장 아주머니 하나가 바셀린을 발라 주고 있었다.
비닐에 붙은 불길을 엉겁결에 손으로 털어 내려다 비닐이 그냥 손에 들러 붙은 모양이었다. 손목이며 팔뚝에 심한 화상을 입고 있었다.
“병원에 안가도 되겠어?”
그쪽으로 간 빌리가 말했다.
“괞찬습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도 가봐야 겠는데. 덧나면 어쩔려구.”
“경찰에 신고 해야겠지?”
윤호가 동의를 구하듯 빌리에게 물어왔다.
“그럼 해야지, 사람도 다쳤는데…”
집히는 곳은 있었다. 그러나 확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만약에 저들의 소행이라면 정말 치사한 놈들이었다.
익스프레스사의 실크 드레스 일차분을 남품하는 날 이었다. 약속된 시각에 트럭은 왔고 공장 지배인 김영호가 직원 몇명과 함께 물건을 싣고 있던 중이었다. 트럭은 콘설리데이트 소속이 아니었다. 빌리네가 따로 부른 교포 운송회사의 트럭이었다. 원푸트 트럭이면 한번에 드레스 만벌은 실을 수 있었다. 콘설리사를 이용했으면 만불을 내야 했지만 그 20분의 1인 5백불로도 흔쾌하게 계약이 됐다.
그랬더니 이 사단이 난 것이었다. 드레스는 비닐을 씌워 행거에 빼꼭히 걸려 있었다. 길에서 그냥 싣고 있었기에 지나던 녀석들이 슬쩍 라이터 불만 갔다 대면 삽시간에 녹아 들면서 불길이 솓았을 터 였다.
처음에 빌리네 쪽에서 콘설리데이트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나오자 익스프레스사는 난색을 표시 했었다. 그래도 모든 책임 이쪽에서 지겠다고 우겼고 몇번 괞찬겠냐고 다짐해오더니 빌리네에게 맡겼던 일이었다.
콘설리데이트사 였는지는 확실 하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연락이 한번 오기는 했었다. 전화를 받은 유진에 따르면 착 갈아 앉은 부르클린 악센트를 쓰는 중년 사내라고 했다.
사장을 바꾸라고 했고 유진이 자신이 책임자라고 했더니 다짜고짜 당신들 언제 부터 이 비지네스 했냐면서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혼란이 온다면서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미친 놈들, 질서를 지키라고…적반하장 이란 말이 바로 이럴때 쓰는 말이지?”
유진의 얘기를 듣고 헤리와 빌리는 콧방귀를 끼었었다.
유진은 다른 접촉 시도나 무슨 제안이 있지 않겠냐면서 두고 보자 했지만 빌리의 생각은 달랐다. 역시 빌리의 예상대로 그 전화 이후 다른 일은 전혀 없었고 이번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경찰이 왔지만 그저 레포트만 받아 갔을 뿐 더 이상 뭐 어떻게 해볼게 없었다. 지나던 악동들이 장난으로 그랬을 수도 있지 않냐는 투 였다. 물론 그럴 수도 있었다.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얘기 해봐야 증거도 없이 콘설리데이트를 끌어 들일리 만무 였다.
남은 물건이나 실어야 했다. 소화기를 어찌나 심하게 뿌렸던지 다른쪽 행거에도 허연 소화액이 굳어 있었기에 비닐 교체 작업을 해야 했고 상당수는 옷 자체도 못쓰게 되어 있어 손해가 막심했다.
대충 물건을 추스려 싣고 헤리가 트럭을 타고 떠난뒤 빌리와 유진은 사무실로 올라 왔다.
“개네들이 그랬다면 이거 너무 졸렬한것 아니야?”
유진이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회사를 개업 했을 때 이가영이 선물한 바로 그 가죽 소파 였다. 그때 그 좁은 사무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둔중 스러웠는데 확장이전한 이 사무실과는 괞찬게 어울렸다.
“글쎄 나도 생각 중이야, 지나던 불량배들이 장난으로 그랬다기엔 너무 심하잖아. 불까지 내고…”
“하긴 그래,조무라기 좀도둑 이었다면 몇벌 갖고 튀기나 했겠지, 뭐 우리하고 억하심정 있다고 그렇게 까지 했겠어? 그렇다면 마씨놈들이 조무래기들을 시켜서 그랬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는데, 자식들 그래도 한번쯤 찾아와서 자기들 깐에는 경고도 하고 을러 보기도 했어야 되는 것 아니야?”
유진이 빌리에게 동의를 구해왔다. 유진은 마피아를 우리말로 마씨놈들이라고 했다.
“그런게 다 결정적 증거로 남는데 그런일 하겠어?”
“듣고 보니 그런데, 우리가 너무 마피아 녀석들을 신사라고 생각 하는 지도 모르지, 영화나 소설에서 본것만 생각 하면서 말이야. ”
“아무튼 앞으로 조심해야 할텐데, 녀석들 공장에다가도 불 지를 수 있는 놈들 아니야?”
“그래 오늘 부터 문단속 철저히 해야지. 어쩌 겠냐. 이제 싸움 본격적으로 시작 된것 같으니까…”
빌리의 예상이 맞았다.
싸움은 본격적으로 붙어야 될 수 밖에 없었다.
익스프레스 사에서 물건을 인수 받지 못하겠다고 나왔다. 청천벽력이었다. 이런 저런 트집을 잡아 전량 클레임을 걸었던 것이다. 5백만 달러나 되는 물량의 클레임 이었다.
빌리와 유진이 번갈아 나서 익스프레스사를 찾았지만 결과는 마찬 가지였다. 가만히 보아 하니 자신들도 어쩔 수 없는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익스프레스사를 소개한 가영과 상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영은 즉각 달려 왔다.
자초지종을 듣더니 가영은 심각한 표정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가영은 가영대로 사태 돌아가는 추이를 나름대로 파악하고 온 모양이었다.
“걔들이 자네들을 완전히 깝데기 벋기려고 작정 했구나. 내가 너무 쉽게 생각 했는데…”
가영은 자신의 잘못이 크다는 투로 나왔다. 빌리네가 처음부터 마피아들의 표적으로 함정에 걸린 것 이라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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